가정의 파破탄誕Family Debris2018

단채널 비디오, 멀티미디어 설치, 가변 크기


《가정의 파탄(破誕)》은 현대사회에서 ‘가정’의 의미와 존재 가치에 물음표를 던지는 꼴라주 애니메이션 기법의 단편영화이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부모-자식 관계의 현실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합리적’으로 헤어지는 방법을 탐구한다.

[시놉시스]
딸 A와 그의 아버지 B는 가정법원에서 만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친’ 소송을 진행 중이다. B는 변호인을 통해 A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준 증거를 대며 부녀 관계를 끊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A가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A는 ‘본인은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법정을 나온 A는 B에게 당사자들의 이름만 덩그러니 적힌 청첩장을 전달하고 헤어진다.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빗은 말한다. “모든 자식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지 않나요?” 부모의 그늘과 낡은 세계로부터 탈피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이 속절없이 부모를 닮았다는 사실에 절망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부정할 수도 없다. 가족에 애증과 환멸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은 또 사랑하는 이와 결합하고 번식하여 가정을 이룬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보전되어야 하는가. 친구나 연인, 부부는 합리적인 이별을 상상할 수 있다. 이혼 제도가 있다고 해서 부부의 이별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부모자식의 연을 단절하는 일은 쉬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각자는 서로의 세계이기 며, 부모는 자식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으로 가족을 해체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이친’ 이라는 가상의 제도를 만들었다. 현재의 이혼제도처럼 부모와 자녀도 합의 하에 ‘이친’할 수 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소송을 통해 부자 혹은 모자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며 정서적,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고, 자식은 그에 감사하며 부모를 섬겨야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다. 이 ‘예(禮)’에 해당하는 것들이 법으로 명문화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았다.



Written, directed, postproduced by Jihyo Eom
D.O.P Yu Jen Chang
Cast Run Young Ko / Dae Sung Moon / Jin Gu Kim

Exhibited at
《Pecha Cucha Link Up Project 3》, 2018, 행화탕, 한국,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