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춤 Dance, Language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34초 | 다큐멘터리
파롤(parole·개인이 발화하는 언어)은 모두가 불완전하다. 그래서 언어에서 배제된 무엇이 파롤로 침투해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파롤은 고통을 겪는다.
- 파스칼 키냐르,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2005, pp.76-77
〈말, 춤〉은 언어 이전의 기의(signifié)를 몸짓으로 발화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미디어를 통한 확장 가능성을 엿보며 새로운 기호를 상상한다.
몸짓은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언어다. 우리가 약속된 입모양으로 소리를 내기 전부터 몸짓은 가장 직접적으로 욕구를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언어’의 축에 속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통용되는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제된 문법이 필요할 것이다. 춤은 몸짓을 리듬에 담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모양을 만들어내며, 액션은 약속된 범위에서 호흡하며 기꺼이 무대와 카메라에 담긴다. ‘언어가 아닌 것(비언어)’으로 함축해버리기에 그들은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력하다.
말이 아닌 몸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그들은 말을 선택했을 것이다. 몸짓은 문자언어나 음성언어에 비해 배로 추상적이며 비정형적이고, 비효율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왜 몸짓을 선택했는지 물었다. 그들은 음성언어와 몸짓으로 각각 답해주었다. 어쩐지 음성언어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보다 무대를 주었을 때 그들은 더 자유로워 보였다. 아마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을 너무 쉽게 받아들여지는 단어에 함축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사고는 언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언어를 통해 사고가 명확해지지만, 어떤 생각이나 감정은 채 ‘사고’ 하기 전에 몸에 내재되어 있다. 몸짓 언어는 말 언어보다 원초적이다. 두뇌의 사고회로를 거치기보다 척수의 반동, 근육의 수축과 확장, 더 깊게는 우리를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선천적인 무언가가 몸짓을 만들어낸다. 그것으로부터 언어까지의 거리는 꽤 멀다. 그 거리를 줄이는 방법이 몸짓이었을 거라고, 우리는 받아들였다.
몸짓은 감정을 이끌어내는 형태로 표현되기도 하고, 사물이나 동물 따위를 흉내내기도 한다. 온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음성언어에 비해 표현의 폭은 넓지만, 신체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몸으로 물결을 표현할 때, 우리는 몸을 최대한 유연해 보이도록 만들지만, 관절과 뼈는 물결만큼 부드러울 수 없다. ‘확장’을 표현할 때는 한껏 몸을 펼쳐보이지만 햇빛만큼 펼칠 수는 없다. 우리는 미디어아트와 컴퓨터그래픽으로 그 한계를 잠시 풀어보았다. 문지방을 넘었을 때 곧장 마주하는 것은 ‘불쾌한 골짜기’다. 본질과 흉내 사이의 어딘가에서 표현을 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 분명해지기도 하고, 때때로 표현에서 더 멀어지기도 한다. 베이컨의 초상화는 신체를 왜곡하며 어디까지가 자아인지 묻는다. 반대로 우리는 왜곡을 통해 자아에 다가가고 싶었다. 몸을 수그리고 뻗는 행위로 첫 번째 왜곡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신체를 확장하면서 두 번째 왜곡을, 화면과 음악 안에 담아냄으로써 세 번째 왜곡을 거쳤다. 자기 자신과 욕망에 스스로 이름을 붙여보고, 그 이름을 기꺼이 불러보려는 몸부림이다.
Gestures are the oldest language that humans possess. Before we made sounds with our agreed-upon mouth shapes, gestures were directly expressing our desires. However, to be considered part of the 'language' axis, a refined grammar acceptable within the society where the language is used would be necessary. Dance encapsulates gestures within rhythm to create shapes that the audience can understand, and actions breathe within agreed limits, willingly captured on stage and camera. Their will to communicate is strong, referred to as 'non-verbal', implying a powerful intention beyond mere language.
People who speak with their bodies rather than words were captured on camera. If they wanted to convey a message that people could easily understand, they would have chosen words. Gestures are twice as abstract, amorphous, and even inefficient compared to written or spoken language. We asked them why they chose gestures. They answered in both spoken language and gestures. Somehow, when given a stage rather than asked for an interview in spoken language, they appeared freer. Perhaps it was harder to encapsulate things they couldn't be sure about into words too readily accepted. Thoughts are closely linked to language, making thoughts clearer through language, but some thoughts or feelings are inherent in the body before even being 'thought'. Gesture language is more primal than spoken language. Instead of passing through the brain's circuits of thought, the spinal reflex, muscle contractions and expansions, and deeper still, something innate that 'itches' us creates gestures. The distance from that to language is quite far. We accepted that gestures were a way to bridge that distance.
Gestures are also expressed in forms that evoke emotions or imitate objects and animals. The range of expression is wider than that of spoken language because it uses the whole body, but there are physical limits. For instance, when expressing waves with the body, we try to make our bodies look as flexible as possible, but joints and bones cannot be as soft as waves. When expressing 'expansion', we stretch our bodies as much as we can, but not as much as the sunlight. We briefly overcame these limits with media art and computer graphics. What we face immediately upon crossing the threshold is the 'uncanny valley'. The desire to express finds itself clearer somewhere between essence and imitation, and at times, farther from the expression. Bacon's portraits distort the body, questioning how far is the self. Conversely, we wanted to approach the self through distortion. We went through the first distortion by curling and stretching the body, the second by expanding the body with computer graphics, and the third by encapsulating it within the screen and music. It's a struggle to name oneself and one's desires and willingly call out that name.
기획 김민수 엄지효 한소영
연출 김민수 엄지효 한소영
제작 하유준
촬영 김민수 한소영
조명 유도준
미술/VFX 엄지효
편집 김민수 엄지효
사운드 박리세윤
현대무용 배소미
액션 최영조
플라멩코 이은솔(솔돈나)
제작지원 한국콘텐츠진흥원
Created by Minsu Kim, Jihyo Eom & Soyoung Han
Directed by Minsu Kim, Jihyo Eom & Soyoung Han
Line Producer. Yujun Ha
Cinematographers. Minsu Kim & Soyoung Han
Gaffer. Dojun Yu
Art & VFX. Jihyo Eom
Editor. Minsu Kim, Jihyo Eom
Sound. Seyun Park
Contemporary Dance. Somi Bae
Action. Youngjo Choi
Flamenco. Soldonna
Sponsored by KOBACO
2020 한국콘텐츠진흥원 온라인/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공모 선정